어제, 그러니까 7월 15일
정말 오랜만에, 우리팀 경기를 보러 갔다.
지금의 나는,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일반인포스'를 가지고, 경기 일정조차 구단에서 문자로 알려주지 않으면 전혀 모르는, 게다가 우리팀 순위같은건 정말 관심도 없을 뿐더러 모르는 지경(?)까지 이른 상황이다. 어제 경기가 있었다는건 문자를 받고 알고 있었고, 갈까말까-하고 고민하던 차에 부추겨주시는 분이 계셔서 회사에서 후다닥 짐을 싸고 수원으로 향했다.
이미 빅버드에 도착했을 때는 1:0으로 이기고 있는 전반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경기를 보러 가서인가 필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아서 넋을 놓고 있었다. 전광판도 한번 봐 주시고, 코칭스텝도 한번 훓고 나니 제대로 눈에 들어오더라. 경기결과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3:0이라는 신나는 경기 결과를 얻었다. 심판이 너무 카드를 아끼셔서 분노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이겼으니까 된거다...라는 단순한 결론을 얻었다. 선수들이 수비하다가 하도 심판이 막으니까 움찔움찔하면서 수비도 못하고 공격도 못하는 모습, 티아고 머리에 붕대감고 뛰는 그런 가슴아픈 (분명 티아고가 "한국 축구 너무 거칠다" 이랬을듯-_-) 장면, 그리고 리웨이펑 팔꿈치에 얼음 달고 버스타던..그런 모습은 가슴에 남아있지만 그런건 경기 끝나고 그랑 앞에서 만세 삼창 하면서 다 지워버릴 수 있다는거.
그렇게 경기를 보고선 집으로 가는길.
빅버드 앞에서 720-1을 타고 법원사거리로 가서 거기서 용인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수원에서 에버랜드를 가던 6000번 광역버스가 없어져서, 그냥 집에 가는 66번 버스를 잡아탔더니 퇴근하는 많은 직딩과 하교하는 학생들이 버스에 가득가득...;; 생각해보면, 용인에 이사오기로 결정했을 때 서울에 살 때보다 수원이랑 가까워진다고 좋아했었다. 그랬는데 결과적으론 전혀, 가까워지지 않았다. 아, 그래 나는 한번도 연고지에 살아보지도 못하면서 이팀을 응원하는구나.
처음 내 팀을 만났던 날은 2002년 7월 28일. 월드컵이 끝나고 어느날, 수원에 경기를 보러 갔다. 사당역으로 가던 2호선 신도림역에서 만났던 그분 덕분에 저 날짜는 참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 그때부터 수원은 내 팀이 되었다. 서울에 살던 그때, 나는 주로 사당역까지 가는 버스를 타거나 7호선->2호선 환승을 통해 사당으로 가서 경기장으로 가던 유일한 7000번 광역버스를 타고 다녔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땐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주대 앞까지 걸어가기도 했었고, 가끔은 소모임 사람들과 함께 수원역으로 가 1호선을 타고 서울에 오기도 했었다. 그땐 내가 출근의 압박에 시달리던 때도 아니었고, 한참 빠져들 때는 방학이었기에 정말 자주, 그 먼 거리와 교통비, 시간의 압박을 뚫고 다녔었다.
왜 수원이었냐고 묻는다면, 그때 나한텐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수원 또는 안양. 그리고 수원을 선택하게 해 준 결정적 인물은 98'때부터 사랑하던(;) 고종수선수때문이었다. 수원이 내 팀이 되기 전까지는 서울에 팀 생기면 가까운 서울에서 경기보고싶어효 라고 했었는데, 뭐....(말이 험하게 나올거 같아서 생략). 그리고 서유는 내가 선택하기엔 너무 늦게 생겼다. 그땐 이미 수원이 내 팀이었으니.
그렇게 수원이 내 팀이 된지 햇수로 7년째. 한동안은 홈경기에 2군경기, 연습까지 쫓아다녔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이러저러한 사정 덕분에 홈경기도 겨우겨우 가고 있다. 과연 홈경기가 나의 홈 경기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ㅋㅋ 용인으로 이사오고선 그놈의 귀차니즘덕분에, 더더욱 수원에 가지못하고 있다.
내 팀 수원의 지지자들은 수원 뿐만 아니라 인근 경기도 주민들과 서울시민들이 많다. 경기가 있는 날엔 수원으로 가는 광역버스엔 파란옷을 입은 혹은 머플러를 든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농담삼아, 경기도 원정은 우리 홈이다 이런 얘기를 할만큼 많은 인원이 경기를 즐긴다. 물론 나도 이들과 같은 분류에 속하지만 가끔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 한번만 타면, 혹은 버스 한번만 타면 경기장에 도착하는 많은 연고지 지지자들이 부럽기도 하다. 특히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은 날, 집으로 가는 버스에는 왜그리 사람도 많고 차도 밀려서 더 지치는지. 그 허탈하고 기운빠진 상태로 집까지 가는 길은 너무나 멀다.
내 팀 연고지에 살고있지 않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선택하고, 포기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팀이 아닌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조금 불편할 뿐. 하지만 여전히, 용인에서 수원까지 경전철 같은 것 좀 연결됐으면 하는 바램은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