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쿠니가오리, 그녀의 글을 만나다.

  2003년이던가 2004년이던가 친하게 지내던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었다. 정확하게하자면, 서점에서 발견하고 읽기 시작해서 끝내 사버렸다. 가장 처음 블루와 로소를 다 읽었을 때 그때의 기분, 그 두근거림. 한동안 그 소설에 빠져서 지냈다. 그리고 그때부터, 에쿠니가오리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냉정과 열정사이, 반짝반짝 빛나는, 당신의 주말을 몇 개 입니까, 황무지에서 사랑하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도쿄타워, 하느님의 보트, 웨하스의자, 장미비파레몬, 홀리가든.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공감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고.. 물론 공감하지 못하는 글도 있고 설정이 억지스럽다고 느낀적도 있지만 그래도 그녀의 신간이 나올때면 항상 설레이면서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원서는 전혀 읽을 수도 읽어보려고 도전하지도 않았지만 에쿠니가오리+김난주 조합이 최고라는 요상한 잣대도 가지고 있다. 여전히.


2. 츠지 히토나리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냉정과 열정사이의 다른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 그의 책에는 손이 많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푹, 빠져버린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씨와의 콜라보(라고 줄여서 많이 쓰더라, collaboration..) 작품.

  그리고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 안녕, 언젠가. 전에 쓰던 블로그에다가 주절대긴 했었지만, 피아니시모 피아니시모는 마음에 들었고, 안녕, 언젠가는 솔직히 별로. 난 페미니스트도 아닌데 마음에 안들었다, 흥. 배경이 태국이라서 작년 태국여행 계획을 세울 때 다시 읽으면서 두근두근 했었지만 끝내 태국에 가지 못했던 슬픈 기억이..(눈물 좀 닦고)



3. 좌안, 우안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 가기위해서 사전등록을 하던 날 홈페이지에서, 그리고 출근길 지하철 무가지에서 에쿠니가오리+츠지히토나리의 "좌안, 우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국제도서전에 가야겠다, 라고 마음먹었던 것도 솔직히 "좌안, 우안"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는데, 너무나 안타깝게도 에쿠니가오리 팬사인회가 있던 날엔 회사 행사가 있어서 못갔었다. (사인회를 하던 그 시간에 난 아마 박현빈, 이선희 또는 더 블루의 공연을 보고 있었겠지..;;) 그리고, 국제도서전과 같은 시기에 하던 화장품박람회에 갔다가 들린 반디앤루니스에서 "좌안, 우안"을 발견하고 혼자 너무나 두근두근 하면서 질러버렸다. 그날, 후배와 동일한 장소에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좌안, 우안을 읽기 시작했다. 좌안 1,2권과 우안 1,2권 권당 300페이지가 넘는 네 권의 책을 한번에 사들고 나왔다...도대체 얼마만의 콜라보야!! 이러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4. 큰 기대에 상응하는(?) 실망.


  좌안, 우안은 마리와 큐라는 두 명을 중심으로 쓰여져있다. 좌안 - 마리 이야기, 우안 - 큐 이야기 라고 부제가 붙어있는 것 처럼, 두 명의 주인공의 시선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소설이다. 어린 시절, 옆집에 살던 두명과 마리의 오빠 소이치로. 소이치로의 죽음을 겪은 두 명의 인생이 담겨있다. 삶의 경중은 상대적인 것 처럼 마리와 큐, 누가 더 힘들었다 아니다 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둘 다 꽤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춤처럼 산 마리,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마리를 그리워하던 큐.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서로 다른 둘의 시선, 각자의 상황, 생각들을 조근조근 풀어나가는 모습에서 '아, 그랬구나' 혹은 '아, 그래서 이렇게 했었구나'라고 이해가 되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마리와 큐의 이야기가 맞물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이라는 단어로 이 소설을 평가한 이유는 뭐랄까, 냉정과 열정사이-처럼 흡입력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랄까. 도합 오백쪽 남짓한 두 권의 냉정과 열정사이와 천이백쪽이 넘어가는 좌안,우안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은 인정. 하지만 글의 흡입력은 글의 길이, 양과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리와 큐, 소울메이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고..그럼 그냥 이웃사촌인거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단지 이웃사촌으로 단정짓기엔 또 애매모호한 그런 관계이기도 하고 종국엔 다시 일본에서 만나는..인데 그녀의 딸과 그의 아들은 이미 프랑스에서 만났고.....그렇다고 둘은 사돈도 아닐 뿐더러 둘 사이에 뭔가 섬씽스러운건 또 안보이고...; 아 몰라몰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느 한 단어로 단정짓기란 힘든일인걸 알고있다. 그리고 이분들의 소설속에서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만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나, 그래도 그나마 이분들 소설 좀;;읽어서 왠만한건 그렇군-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번엔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그래도 나름 '반짝반짝빛나는'의 곤과 무츠키, 쇼코의 비정상적인 관계도 이해했단 말이돠;ㅁ;
   
  그래, 내가 어느덧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인간관계'에 대해서 너무나 익숙해졌나보다. 아니면 나는 단정짓고 결론짓기 좋아하는 성격이라..뭐랄까, 마리와 큐 같은 관계를 다소 못견뎌하는 성격이라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간의 관계가 셋 또는 넷 정도로 나눠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내가 가진 카테고리엔 마리와 큐의 관계가 포함되지 않아서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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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권을 읽으면서 솔직히 힘들었다. 몰입이 힘들어서일까. 아니면 이젠 천페이지 넘어가는 글은 읽을 수 없는, 과도하게 사라진 집중력때문인가....한숨만 나온다. 하긴, 요새 내가 읽는 글은 영문이나 국문이나 오백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 글이긴 하다. 좀 더 긴 글을 읽는 연습을 해야할까..*-_-* 어쨌던간에, 누군가가 '좌안, 우안' 어떻냐고 물어본다면 추천도 비추천도 아닌 애매모호한 대답을 해야겠다. 나에겐 별로였으나 누군가에겐 크게 와닿을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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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11:26 2009/07/27 11:26
Posted by 플라이하이.